Pages

Thursday, July 16, 2020

[아침 햇발] 그린벨트에 '경제민주화 새도시'를 짓는다면 / 곽정수 - 한겨레

angkutandariberita.blogspot.com
고층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수도권 1기 새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고층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수도권 1기 새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정부여당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10 대책에서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주택 공급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기’처럼 여겨온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손대려는 것을 보면, 정말 다급한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니 2년 전인 2018년 4월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주택시장은 연초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1억원 이상씩 오르며 불안감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기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인 ㄱ씨에게 ‘경제민주화 새도시’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기자 생활 3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택시장 불안이 재연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핵심은 정부 소유의 땅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과 상가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새도시’를 짓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민 등 실수요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시세의 절반 이하인 낮은 임대료만 내고도, 원하는 기간만큼 최소 30년 이상 안심하고 거주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그린벨트를 포함한 200만평의 땅에 6만5천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인구 20만명 규모의 새도시 세부계획도 담겼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기능과 기반시설까지 갖춘 자족형 미래형 도시 구상도 더해졌다. 정부가 잘 활용하면 경제민주화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일거에 달성할 수 있는 카드였다. 주택은 소유가 아닌 거주 공간이라는 꿈을 실현한 최초의 도시. 서민의 주거 불안과 자영업자의 임대료 불안이 ‘제로’인 경제민주화 도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일자리도 20만개 이상 창출하는 미래 도시. 문재인 정부라면 단군 이래 5천년 역사에서 최초의 ‘기적’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하지만 ㄱ씨의 답은 “여러 측면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퇴짜’였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이유였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과도한 재정 부담’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조성, 기반시설 설치, 임대주택 건설·운영에 따른 비용을 민간 분양과 상업용지 판매 수입으로 충당해온 기존 개발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토지를 소유하는 구상은 생소했다. 국민주택기금과 국민연금을 활용한 재원 조달 방안과, 시세의 반값인 임대료만으로 30년 안에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관심 밖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했다. “시세의 반값인 임대료로 주택과 상가를 대규모로 공급하면 인근 주택이나 상가 시세에 부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반대 이유에는 솔직히 눈을 의심했다. 국민 소득 수준에 비춰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부동산 거품을 서서히 빼면 좋은 일 아닌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 ㄴ씨는 그린벨트 훼손을 지적했다.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는 현 상황에 대해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인 ㄷ씨는 “관료의 책상에는 정책 아이디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것들이 정책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내용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책임지고 추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2차례의 대책에도 주택시장 불안이 여전한 것은 정부의 무능보다 의지 부족 탓이 크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주거 안정과 투기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집권 첫해의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냈다. 2018년 부동산시장이 불안한데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찔끔’ 올리며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최대 6%까지 올린 7·10 대책을 여러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집권초 바로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진작에 경제민주화 새도시를 몇개만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주택시장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이제라도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그 출발점은 22차례나 집값 대책을 내놓고도 실패한 정책 담당자부터 책임을 져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또 지금이라도 경제민주화 새도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위에 새도시를 짓는다면 명분이 더 있지 않을까?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관련기사

Let's block ads! (Why?)




July 16, 2020 at 01:59PM
https://ift.tt/2OrqRot

[아침 햇발] 그린벨트에 '경제민주화 새도시'를 짓는다면 / 곽정수 - 한겨레

https://ift.tt/2UCS7nr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