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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25, 2020

[판결남] 약국 세놓고 옆 건물에 새 약국 차려…영업권 침해?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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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던 약국을 다른 약사에게 '장기 임대'해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옆 건물에 약국을 새로 열었다면 어떨까요. 임차인은 임대인의 약국 영업을 막을 수 있을까요? 계약에서 경업금지 약정을 명문화하지 않았다면 또 어떨까요. 계약에서 당사자 내심의 의사표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 10년간 약국 장기임대…사실상 '영업양도'로 볼 수 있을까

앞서 약사 A 씨는 지난 2012년 또 다른 약사 B 씨로부터 B 씨가 운영하던 경기도 소재 약국을 장기 임대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은 3억 원, 임대차 기간은 2012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단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기로 함), 월세는 500만 원으로 정해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 계약이었습니다.

A 씨와 B 씨는 아래와 같이 특약사항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인 B 씨는 약국을 빌려준 지 약 1년이 지난 뒤, 해당 약국 건물 옆에 있던 자신 소유의 건물을 병·의원용 건물로 개축하고, 이 건물 1층에서 다른 약국을 개업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화가 난 A 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습니다. 동일 지역에서 2022년 7월까지 B 씨가 약국업을 스스로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하게 해서는 안 되고, 현재 운영중인 약국을 폐업하고, 13억 3700만 원을 자신에게 배상하라는 청구였습니다.

상법 제41조 제1항은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 씨는 "B 씨가 이 사건 약국에 관한 영업을 양도했으므로, 상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10년 동안 동일한 특별·광역시·시·군과 인접 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면서도 임차인의 약국 바로 근처에 약국을 개업해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만약 B 씨가 상법상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양쪽이 맺은 임대차계약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B 씨에게 경업금지의무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 법원 "서면 계약상 문구 의미 명확…영업양도로 해석할 수 없어"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떤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했고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기재된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힌 문구대로' 당사자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상법 제41조 제1항의 '영업'이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말하고, 여기서 말하는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이란 영업을 구성하는 유·무형의 재산과 경제적 가치를 갖는 사실관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익의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것과 이와 같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이 마치 하나의 재화와 같이 거래의 객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영업양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양수인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5민사부는 이와 같은 법리를 근거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A 씨)는 이 사건 계약이 상법상 영업양도에 해당하거나, 임대차계약으로부터 피고에게 경업금지의무가 발생함을 전제로 청구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상법상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B 씨)에게 경업금지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 당시 작성한 계약서 명칭은 상가·점포 '임대차' 계약서이고, 계약서 어디에도 이 계약이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에게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또 "앞서 특약사항 4항에 계약이 완료된 후 양수, 양도계약서를 작성한단 내용이 있긴 하나 실제로 양수양도계약서 작성에 이르지 않았고, 위 양수 양도가 상법상의 영업양도를 의미한다고 볼 사정도 없다"면서 "독점권을 인정한단 내용이 있긴 하나 작성자 날인이 없어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더라도 내용상 원고가 피고가 새로 개업한 약국을 추가로 임차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임대차계약서 초안 정도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시설권리금 명목으로 수수된 돈은 5000만 원인데, 이는 피고가 기존에 있던 약국 시설을 이 사건 약국으로 이전하면서 들인 비용을 보전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약국의 규모와 매출은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현재도 하루 처방전이 100건을 넘는 등 그 가치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별도의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원고가 기존 직원들을 그대로 승계했고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이후 해당 약국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사정이 보이긴 하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고객 명단을 전달받거나 영업 노하우 등을 전수받았단 사정이 없다. 오히려 원고의 약사 경력이 피고에 비해 풍부하다"면서 "원고는 평소 서양식 드러그스토어 형식의 약국을 운영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를 변경한 사정을 고려하면 기존 고객 입장에서는 피고가 운영하던 약국과 원고의 약국이 영업의 동일성을 유지한 채 계속되는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봤습니다.

특히 법원은 "원고는 피고가 새로운 약국을 개설한 다음에도 소송에 이르기 전까지 오랜 기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없고, 오히려 계약상 차임 증액 요구에 일부 응하기도 했다'며 "경업금지 부담 내용이 계약서에 없고,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어렵고, 신축건물에 약국 외에도 병의원이 추가로 입주한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도 이를 기회삼아 매출증대를 꾀할 수 있어, 신의칙상 경업금지의무를 피고에게 부담시켜야 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역시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B 씨가 A 씨에게 약국 영업을 양도했다고 보긴 어렵단 판단에서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의원이 입점할 당시 이 사건 계약 내용대로라면 임대보증금에 대한 협의인상이 이루어졌어야 할 것인데, 원고와 피고 사이 협의가 결렬되어 현재까지 이 사건 계약이 변경 없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피고가 2013년부터 새로 약국을 개설·운영한 이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까지 4년여의 기간 동안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의 위 약국개설에 대한 갈등이 보이지 않았으며, 개축된 건물의 병의원 입점으로 인해 그 후 상당 기간 동안 원고의 수입이 그전보다 어느 정도 증가하였음은 물론, 개축건물 병원 처방전의 수량이 원고 약국만으로는 전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습니다.

A 씨는 B 씨로부터 고객 명단을 이전받고 근무 약사와 일반 직원의 고용승계를 한 것을 두고 영업양도의 근거라고 제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해 피고로부터 영업관리용 컴퓨터를 인수하면서 그 컴퓨터에 입력된 그간의 병원처방약 조제의뢰인의 명단과 조제내역 등을 인수하였다"면서도 "원고가 고객명단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고, 일반적인 약국 영업의 특성상 약국 주변의 병원 현황에 따라 내방 고객이 형성되는 면이 크며, 약국의 임차를 결정할 때 이 사건 약국의 지리적 위치상 유동인구가 많은 점과 이 사건 약국 부지에 큰 주차장이 있는 점 등 물적 요건을 큰 이점으로 보았고 나중에는 이러한 이점을 이용하여 드럭스토어 방식으로 약국을 운영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고객 명단을 이전받은 것이 약국영업상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는 의미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이 사건 약국에 근무하던 약사와 일반 직원의 고용관계를 승계하였는데 약국 소재 지역의 특성상 인력수급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고, 피고로서는 종전 고용주로서 직원들의 생계 등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원고로서도 당장 이 사건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위 직원들이 특정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약국 업무가 특별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위 직원들 중 상당수가 원고의 영업개시 후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이직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직원들의 고용관계를 승계한 것 역시 약국영업상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는 의미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결국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해 상법 제41조의 경업금지의무의 발생 원인이라 할 영업양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가 개축 건물에 새로운 약국을 개설함으로 인해 원고와 사이에 경쟁관계를 형성하여 배타적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등으로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는 관계에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계약의 취지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3심까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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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5, 2020 at 07:0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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