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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12, 2020

[전희상의 런던 책갈피]'새 노동계층'을 위한 노동당의 변신…정치의 핵심은 여전히 '계급'이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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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층·중산층 사이
새로운 균형 찾기 실험

[전희상의 런던 책갈피]‘새 노동계층’을 위한 노동당의 변신…정치의 핵심은 여전히 ‘계급’이다

클레어 에인슬리의 <새 노동계층>

영국 노동당은 잉글랜드 북부 공업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층과 대도시에 거주하는 자유주의 성향 중산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전희상의 런던 책갈피]‘새 노동계층’을 위한 노동당의 변신…정치의 핵심은 여전히 ‘계급’이다

제조업 쇠퇴와 서비스업 발달, 유럽연합으로부터 이민의 폭발적 증가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심화는 이 두 집단에 정반대 영향을 미쳤다. 브렉시트 투표를 통해 이들 사이에 균열과 대립이 존재한다는 것이 극명히 드러났다.

클레어 에인슬리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새 노동계층(new working class)>의 형성과 발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술 발전 및 인구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배달, 돌봄, 콜센터 고객서비스, 청소, 안전관리 등과 같은 새로운 직업이 다수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 유연성과 불안정성이 높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신규 서비스업과 취약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중은 무려 34%이다. 여기에 제조업 중심 노조를 통해 단단하게 조직된 ‘전통적’ 노동계층(15%)을 더해 인구의 49%가 ‘새 노동계층’에 속한다고 에인슬리는 주장한다.

새 노동계층은 이렇게 다양한 직업, 문화, 지역, 인종, 정체성을 포괄하기 때문에 응집도가 떨어진다. 상이한 이해관계와 배경을 갖는 집단을 하나의 계층으로 묶어내는 것에 인위적 분류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인슬리에 따르면 이들은 공공서비스의 주요 수혜자이고 대부분 임차한 주택에 거주하며 일상적으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등 충분한 공통성을 갖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전통적 노동계층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노동계층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이들의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당은 당명이 보여주는 것처럼 영국의 노동계층을 대표해왔고 제러미 코빈 대표 시절 좌파적 정책을 강화했지만, 정작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 쪽은 보수당이었다.

보수당은 새 노동계층이 중시하는 가치(가족, 공정, 근면, 품위)가 유권자 전체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이 네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왔다.

이것은 보수당을 4회 연속 총선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이어졌다.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붉은 장벽”이라고 불리는 잉글랜드 북부 의석 다수가 줄줄이 보수당으로 넘어간 것은 노동당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선거 참패 후 노동당은 인권변호사로 출발해 검찰총장을 지내고 당내에서 브렉시트 정책을 조율했던 키어 스타머를 새로운 대표로 선출했다. 소위 메트로폴리탄 엘리트에 해당하는 스타머는 <새 노동계층>의 저자인 에인슬리를 정책총괄팀장으로 영입했다.

이것은 노동계층과 중산층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추구하되 새 노동계층이 대표하는 근본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급속한 경제적·사회적 변화나 국민통합과 같은 수사적 구호에도 불구하고 계층, 좀 더 정확하게는 계급 문제가 여전히 정치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노동당의 조용한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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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2, 2020 at 07:3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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