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제보한 동물보호단체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운영자 A씨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회원들 사이에서는 고양이를 죽일 목적으로 독극물을 뿌렸는데 새들이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재작년부터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독살이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가 서너달 간격으로 발견되곤 했습니다. 또한 길고양이에게 준 사료 위에 이상한 가루가 뿌려져 있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왔죠.
사건을 접수한 경찰 역시 독극물을 이용한 살해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새들에게 특별한 상처가 없었고, 공원 길거리에서 새들이 한꺼번에 죽을 만한 별다른 요인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2일, 사체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보내 부검을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번 사건이 고의에 의한 것이라면, 범인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경찰은 “독극물 사용 정황이 있다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법 8조에 따르면 ‘목을 매달거나 독극물, 도구 등을 사용해 잔인한 방법으로 야생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도시에 서식하는 ‘집비둘기’는 현재 환경부령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입니다. 분변이나 털 날림으로 건물 부식 등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죠. 그래서 유해야생동물인 집비둘기를 마음대로 죽여도 괜찮다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집비둘기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얻은 다음 포획에 나서야 합니다. 독극물을 사용해 죽이는 행위도 당연히 불법입니다.
제보자 A씨는 “마포구에서 반복적으로 동물을 향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많은 관심과 수사기관의 엄정한 대처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 ‘망원동 토순이 살해사건’에 이어 길고양이와 야생 조류의 원인 모를 떼죽음까지... 모두 한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마포경찰서 역시 관내에서 반복되는 동물 관련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에 별도 전담팀까지 만들어서 수사하던 경찰은 야생 조류 떼죽음 사건 역시 같은 팀에 배정해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집중 수사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사건이 명백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동물학대 범죄로 의심 가는 정황은 많습니다. 고양이를 목적으로 하다 새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든, 새를 사냥하기 위한 목적으로 벌인 범죄든 생명을 절차 없이 마음대로 죽이는 범죄에는 엄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합니다. 동그람이 역시 사건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겠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July 04, 2020 at 08: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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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새가 떼죽음… 계속되는 '마포구 동물 잔혹사'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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