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22살 고(故) 최숙현 씨가 지난달 26일 소속팀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씨는 어머니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최 씨는 2017년 경주시청 입단 이후 가혹 행위와 폭행, 폭언 등에 시달렸다. 2018년에는 그 후유증으로 1년 동안 운동을 쉬기도 했다. 감독의 설득으로 다시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2019년 최 씨는 소속팀의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떠났다. 당시 체중 조절을 지시했는데, 음식물을 몰래 먹었다가 걸렸다. 감독과 팀 주치의는 술을 먹으며 최 씨와 동료들을 폭행했다. 최 씨가 직접 녹취한 음성 파일에는 일방적인 구타와 협박, 그리고 겁에 질린 최 씨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너 오늘 거짓말해서 걸렸지? 이빨 깨물어. 여기로 와. 뒤로 돌아."
(퍽.퍽.퍽)
"너는 나한테 두 번 맞았지? 욕먹고 있는 게 당연하나? 야, 이 XX야."
결국 올 초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긴 최 씨는 전 소속팀 감독과 팀 주치의, 그리고 선배 두 명을 형사고소했다.
최 씨는 경북체고 재학 시절부터 경주시청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학교에 철인 3종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신분이던 당시에도 최 씨는 이른바 '식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최 씨의 아버지는 "하도 배가 고파서 애들 셋이 빵을 슈퍼에서 사 오다가 걸렸나 봐요. 이러면 체중이 안 빠지지 하면서 감독이 빵을 20만 원어치 사 왔어요. 애들이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새벽까지 그 빵을 다 먹었대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씨는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지인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후 4월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린센터에 사건을 신고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곧바로 사건을 인지했지만,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했다. 최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 협회에 빠른 처리를 위한 진정을 넣기도 했다.
최 씨가 새로운 소속팀에서도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씨의 지인은 KBS와의 통화에서 "숙현이가 새 팀에서 때리지는 않지만 '극딜'을 당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씨와 나눈 대화 내용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찬호 부산시체육회 철인 3종 팀 감독은 "우리 팀에서 숙현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숙현이를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줬고, 평소 사이가 좋았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 최 씨의 팀 동료였던 또 다른 여자 선수 2명도 경주시청 감독에 대한 형사 고소 의사를 밝혔다. 최 씨의 선배인 24살 A 씨는 지난해, 그리고 최 씨의 후배인 B 씨는 올해 각각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두 선수 모두 최 씨처럼 폭행과 가혹 행위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선수는 K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숙현 언니가 살아있을 때는 도와달라고 해도 못 도와줬는데 어쨌든 이렇게 됐고, 저도 그 사람들이 처벌받기를 원하니까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July 02, 2020 at 11:5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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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 행위에 극단적 선택' 22살 철인3종 유망주…새 팀에서도 당했다?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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